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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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 산문집 독서 에세이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 산문집 독서 에세이

나민애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문장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사유와 위로의 산문집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로 다양한 작품을 읽고 써 온 저자가, 오래 붙잡고 싶은 문장들을 중심으로 삶의 방향과 감정의 결을 풀어낸다. 책은 “한 줄”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고,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며, 다시 읽게 하는지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보여준다. 문장을 통해 마음을 돌보고 싶거나, 일상에서 길을 잃은 독자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문장으로 건네는 삶의 지도

저자는 책과 사람 사이에 놓인 한 줄의 역할을 삶의 지도에 비유한다. 문장은 짧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건너게 할 용기를 준다. 나민애는 강연과 글쓰기 경험을 토대로, “좋은 문장”이란 화려함보다 나를 다시 보게 하는 힘을 가진 문장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기억과 만날 자리를 마련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읽고, 밑줄 긋고, 다시 사는 일

전통적인 줄거리 대신, 책은 여러 장으로 나뉜 사유의 조각들을 쌓아 올린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청춘기에 만난 시, 성인이 되어 곁에 둔 산문까지, 저자는 삶의 국면마다 떠오른 문장들을 소개하고 해석한다. 독자는 저자의 독서 여정을 따라가며, 밑줄을 긋던 순간과 그때의 마음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각 장면은 짧은 에세이처럼 독립적이면서도 “문장이 사람을 키운다”는 공통된 메시지로 수렴된다.


한 줄이 만들어내는 전환

책의 중심에는 “한 줄이 삶을 바꾼다”는 믿음이 자리한다. 저자는 문장이 전하는 세 가지 전환을 강조한다. 첫째, 시선의 전환: 익숙한 일상도 다른 문장으로 바라보면 낯설고 새롭게 보인다. 둘째, 감정의 전환: 불안이나 슬픔도 문장을 통해 이름 붙여질 때 비로소 다뤄진다. 셋째, 태도의 전환: 글을 읽고 쓰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정돈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 책 전반에서 문장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사건으로 다뤄진다.


인상 깊은 장면과 문장들

책에는 독자가 바로 따라 적고 싶을 만큼 간결한 문장들이 많다. “한 줄은 우리 안의 조용한 방을 밝혀주는 불빛이다”라는 구절은, 문장을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함축한다. 또 다른 대목에서는 “밑줄은 살아남은 기억”이라 표현하며, 읽기와 삶의 흔적을 동일시한다. 저자가 직접 만난 독자들과의 대화, 강연에서 나눈 질문과 답변들이 삽입되어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장면들은 단순한 문학 감상이 아니라, 문장과 사람이 서로를 비추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드라마처럼 읽힌다.


읽기의 확장과 쓰기의 권유

나민애는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기쁨이 결국 쓰기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책은 독자에게 “당신도 한 줄을 남겨보라”고 조용히 권유한다. 읽기는 타인의 문장을 빌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고, 쓰기는 그 움직임을 내 문장으로 돌려주는 일이다. 저자는 거창한 글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일기 한 줄, 메모 한 줄이라도 좋으니, 마음이 흔들릴 때 적어두라고 권한다. 그렇게 쌓인 한 줄들이 다시 읽기의 동력이 되고, 삶의 방향을 확인하는 표식이 된다.


함께 품고 싶은 책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아직 책과 멀게 느껴지는 독자에게도 다정하다.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실용적인 마음의 안내서가 되어준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싶다”는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각자가 사랑하는 한 줄을 발견하게 돕는다. 블로그에 이 책을 소개한다면, 독자들에게 “당신이 가진 한 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남기며 작은 독서 공동체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저자 나민애

출판 포레스트북스

발매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