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갈까 - 기억과 흔적을 따라가는 콘치타 데 그레고리오
이탈리아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콘치타 데 그레고리오(Concita De Gregorio)의 책 『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갈까』는, 사라짐과 기억을 둘러싼 질문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에세이형 르포르타주다. 신문 기자로서 수많은 사건을 기록해 온 저자는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를 잇는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엮어내며, 독자에게 “잊힌 것들은 어디에서 다시 우리를 만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건넨다.
흔적을 좇는 저널리스트의 눈

데 그레고리오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포착해온 경험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정 사건보다 실종·이주·이별처럼 “사라진다”는 공통된 경험을 다층적으로 비추며, 언론인의 객관성과 에세이스트의 사색이 교차해 사실과 감정이 함께 호흡하는 문체를 완성한다.
시간 강 위를 떠다니는 기억들

여러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이지만 끝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누군가를, 혹은 자신을 잃어버리는가?” 인터뷰와 현장 취재에서 건져 올린 사례들은 기억이 시간의 강을 떠다니다가 뜻밖의 지점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여행기를 읽듯 장면을 따라가다 어느새 자신의 잊힌 기억과 맞닿는다.
사라짐이 남긴 빛과 그림자
저자는 사라짐을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흔적 남기기’로 본다. 떠난 이가 남긴 사진, 편지, 건물, 습관 같은 사소한 것들이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세밀히 기록한다.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함께했던 시간’이 더 크게 떠올라, 애도의 방식이 무력감에서 감사로 이동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돌아오기를 비추는 작은 신호들
가장 마음을 잡아끄는 장면은 실종된 딸을 기다리며 집 앞 가로수를 매일 닦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반짝이는 잎사귀는 “혹시나” 돌아올 딸에게 보내는 신호가 된다. 난민 캠프에서 이름 대신 번호를 쓰다 스스로 이름을 다시 짓는 아이의 대목 역시, 존재를 지우는 숫자에 맞서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선명히 드러낸다.
이야기하기가 곧 머무름이 될 때

데 그레고리오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를 바꿀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을 ‘이야기하기’에서 찾는다. 누군가의 부재를 말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그들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의식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라진 것들을 떠올리며 작은 이야기라도 남기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낀다.
지금, 내가 붙잡고 싶은 것
『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갈까』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삶에서 스스로 답을 찾도록 안내한다. 일상의 빈자리와 상실을 직시하면서도, 그곳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머무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무엇을, 누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 물음에 귀 기울이는 순간, 사라진 것들은 이미 우리 곁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알아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갈까
저자 콘치타 데 그레고리오
출판 오후의소묘
발매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