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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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에세이 삶과 선택의 기록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에세이 삶과 선택의 기록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에세이 『단 한 번의 삶』은 그의 날렵한 문체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살인자의 기억법』과 『여덟 단어』로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을 보여준 그는 이번엔 인간의 유한성과 선택의 무게를 정면으로 다룬다. 팬데믹 이후 뒤틀린 감정, 타인과의 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촘촘한 에피소드와 철학적 사유로 엮어 한 편의 긴 대화처럼 건넨다. 일상의 작은 순간이 얼마나 유일한지, 그리고 그 유일함이 삶을 어떻게 빛나게 만드는지를 독자가 곱씹도록 돕는다.


지금 여기서 던지는 질문

책은 “한 번뿐”이라는 전제를 출발선에 놓고, 우리가 당연시해 온 습관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김영하는 삶을 소비하는 대신 경험을 수집하자고 제안하며, 성취보다 감각과 의미를 우선순위에 두는 길로 독자를 부 gently 이끈다. 낯선 도시를 걷는 발소리, 버스를 놓친 날의 허탈함, 우연히 스친 말 한마디까지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장면”으로 기록하며, 매일의 풍경이 얼마나 단단한 기억이 되는지 보여준다. 읽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마음 한가운데 남는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장면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장면들

에세이는 거대한 서사 대신 작은 에피소드들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구조다. 어린 시절 가족 여행에서 느꼈던 두근거림, 작가로 데뷔하기 전의 막막함, 서울과 해외를 오가며 체감한 고독과 해방감 등이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 재조정된 시간 감각, 침묵으로 가득 찼던 거리, 마스크 너머로 스치던 눈빛까지 세밀히 포착한다. 각 장면은 짧지만 정교한 회상으로 그려져 라디오 사연을 듣듯 편안하게 흐르며, 독자는 자신의 기억을 겹쳐 읽게 된다.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지”라는 공명이 자연스레 생긴다.


선택이 만들어낸 궤적

작가는 ‘선택’과 ‘포기’가 서로의 그림자임을 강조한다. 무언가를 택하는 일은 다른 것을 내려놓는 일이며, 그 대가를 인정할 때 비로소 자유에 닿는다고 말한다. 그는 미뤄둔 거대한 꿈보다 “지금 가능한 기쁨”에 집중하라고 조용히 권한다. 먼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오늘의 소소한 만족을 충실히 쌓을 때 삶의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독자는 매일의 의사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놓는 과정을 따라가며, 자신의 선택을 다시 살피게 된다.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

가장 마음에 남는 대목은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건넨 선물”이라는 문장이다. 어제를 보낸 방식이 오늘의 감정과 행동을 만든다는 통찰은, 작디작은 선택들이 모여 삶의 결을 짠다는 사실을 단번에 환기한다. 공항 대기실에서 낯선 노인이 건넨 짧은 조언을 통해 “떠남”과 “머무름”의 균형을 사유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또 작가는 길을 잃고 헤매던 밤을 회상하며, 길을 찾는 일 자체가 삶을 재확인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런 문장들은 메모에 옮겨 두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끝낼 때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 남는 온기

책을 덮고 나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느슨해지면서도 단단해진다. 완벽한 계획보다 불완전한 지금을 사랑하는 법, 타인의 시선 대신 스스로의 속도에 맞추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는 말이 주는 압박이 아니라, ‘그래서 더 아낌없이 살아보자’는 다짐으로 변하는 순간 이 책의 가치가 완성된다. 친구에게 따뜻한 편지를 쓰듯 풀어낸 문장들은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숨 고르기를 선물하며, 다음 선택을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결국 이 에세이는 “내일의 나에게 어떤 선물을 건넬 것인가”라는 부드러운 질문을 남기고, 독자의 하루를 천천히 변화시킨다.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삶

저자 김영하

출판 복복서가

발매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