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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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이 그려낸 따뜻한 과학과 인간의 이야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이 그려낸 따뜻한 과학과 인간의 이야기

인간의 상상력은 늘 ‘빛의 속도’를 꿈꾸어왔습니다. 하지만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그 꿈의 한계에서 멈춰 서서,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의 온기’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습니다. 외로움, 사랑, 상실, 연결, 그리고 이해. 김초엽 작가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비추어냅니다.


미래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얼굴

이 책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세계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이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픔과 희망을 다룹니다.
과학적 설정은 차갑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은 놀랍도록 따뜻합니다. 김초엽 특유의 섬세한 문체는 ‘기술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습니다.


인간과 과학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서정성

김초엽 작가는 과학을 단순한 장치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결핍을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스펙트럼〉에서는 인간이 다른 종족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의 슬픔을 그려내고, 〈감정의 물성〉에서는 감정을 물질화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진심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야기들은 미래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초엽의 SF는 ‘하드한 과학’보다는 ‘감성의 과학’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여성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SF

김초엽 작가는 과학자 출신의 소설가로, 공학적 사고와 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이과적 논리와 문과적 서정이 절묘하게 교차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SF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한국 SF 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여성 작가로서의 섬세한 감성과 포용력 있는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또한,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소외된 존재들이나, 그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연결의 힘이야말로 김초엽 문학의 핵심입니다.


현실과 닮은 미래, 미래 속의 현재

김초엽의 이야기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너무나 ‘현재적’입니다.
기술 발전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인간,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그리고 따뜻함을 잃어버린 관계들.
그녀는 이런 문제를 냉소가 아닌 연민과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 – 우리는 결국 서로의 빛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단순히 과학이나 우주를 다루는 SF가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결국 중요한 건 서로를 향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것.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어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한국 SF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자, 문학이 과학과 얼마나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김초엽은 냉철한 과학적 사고로 세계를 해석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인간애로 그 세계를 포용합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다.”

김초엽의 첫 단편집이자, 수많은 독자에게 ‘한국 SF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색을 건넵니다.
별빛 같은 문장 속에서, 당신도 자신만의 ‘빛’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발매 2019.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