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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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올리브에게 - 상실을 건너 위로와 성장으로

나나 올리브에게 - 상실을 건너 위로와 성장으로

루리 작가의 장편 『나나 올리브에게』는 성장과 치유를 섬세하게 엮어낸 이야기입니다. 한 편의 편지처럼 부드러운 문장으로 흘러가지만, 속에는 가족, 상실, 우정,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에 대한 단단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따뜻하게 비추면서도 삶의 균열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나나와 올리브, 두 이름이 품은 첫인상

작품은 ‘나나’와 ‘올리브’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나나는 상실과 후회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며, 올리브는 그 곁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루리는 두 사람을 통해 “서로 다른 상처가 만나는 순간, 새로운 숨결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의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차분한 서정이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어, 첫 장부터 독자를 빠르게 이야기에 끌어들입니다.


일상의 틈에서 피어나는 서사

줄거리는 격렬한 사건보다는 일상의 작은 움직임에 집중합니다. 나나는 오래된 죄책감과 무언가 놓쳐버린 듯한 공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던 중 만난 올리브와의 우연한 대화, 함께 걷는 길, 공유하는 식사 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서사를 채웁니다. 루리는 이 평범함을 섬세한 묘사로 살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사건이 작게 느껴지더라도 인물의 감정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나, 마지막엔 그 작은 파동이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핵심 주제: 상실을 건너 용서로

이야기의 중심 주제는 상실을 건너 용서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나나는 오랜 시간 자신을 탓하며 ‘멈춘 시간’ 속에 머물렀고, 올리브는 나나에게 “멈춤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죄책감이란 감정이 얼마나 끈질기게 인간을 붙잡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감정을 내려놓는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작품 전체에 깔아둡니다. 독자는 나나가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고, 결국 “나도 나를 용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닿는 과정을 따라가며 따뜻한 위로를 받습니다.


인상 깊은 문장과 장면들

작품에는 마음을 머물게 하는 문장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자라고 있다”라는 대사는 상실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또, 나나가 올리브와 함께 늦은 밤 주방에서 간단한 음식을 나누는 장면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함께 있음”의 의미를 전해줍니다. 루리는 이런 일상의 장면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도 위로의 단서를 찾도록 안내합니다.


읽고 난 뒤 남는 잔향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편이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그것을 안고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나 올리브에게』는 독자에게 현실적인 희망을 건넵니다. 루리 특유의 차분하고 친절한 문장이 마지막까지 이어져, 독서를 마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마무리: 함께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상실을 겪은 누구나, 혹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반전 대신 조용한 이해와 공감으로 독자를 맞이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순간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나나 올리브에게』를 읽으며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보세요. 책이 건네는 작은 위로가 오래도록 곁을 지켜줄 것입니다.

나나 올리브에게

나나 올리브에게

저자 루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