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이 다시 묻는 운명의 책임
정치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시민이 쓴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은 한 사람(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애정과, 그와 함께 겪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성찰하는 에세이다. 작가는 특유의 명료한 문장과 따뜻한 온기로, “운명”이라는 거대한 단어를 개인의 선택과 우정, 책임의 문제로 풀어낸다. 책을 펼치면 정치사를 넘어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기억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정직한 시선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읽는 동안 우리는 국가적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사람의 삶을 지켜본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평생의 친구를 향한 늦은 답장
유시민은 대학 시절부터 사회 변화에 대한 갈증을 품어 왔고, 이후 국회의원·작가·방송 진행자 등 여러 얼굴로 살아왔다. 그 긴 여정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늘 중심에 있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난 뒤 남은 질문들에 대한 늦은 답장처럼 읽힌다. 독자는 “한 시대를 함께 걸었던 친구의 속마음”을 듣는 느낌으로 책과 만나게 되고, 정치적 입장보다 인간적 신뢰와 회한이 먼저 다가온다.
파편 장면을 잇는 감정의 리본
서사는 단선적이기보다 회고록과 편지글을 오가는 방식이다. 선거 유세장의 먼지 냄새, 밤새 토론을 이어가던 소박한 식당, 봉하마을의 조용한 새벽까지 장면들이 파편처럼 배열되지만, 감정의 흐름이 그것들을 하나의 리본으로 묶어 준다. 독자는 사건의 연대기보다 감정의 곡선을 따라가며, 비극 이후 남겨진 사람의 시선을 체험한다. 노무현의 선택이 왜 거칠고 서툴렀는지, 그럼에도 왜 사랑받았는지에 대한 단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레 그 시절의 공기와 긴장을 함께 느끼게 된다.
운명을 시험하는 선택들의 연속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운명은 주어지는가, 만들어지는가”이다. 작가는 운명을 “환경과 선택의 합”으로 정의하며, 노무현의 길을 통해 그 수식을 검증한다. 실패와 좌절을 직면하는 용기,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집착, 그리고 끝내 책임을 홀로 짊어지는 자세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독자는 정치 리더십을 넘어 일상의 크고 작은 결정에서도 적용 가능한 윤리적 기준을 발견한다. 작가 자신도 “나 역시 완벽하지 않았다”는 고백을 덧붙여, 운명이란 타인의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몫임을 상기시킨다.
침묵과 한마디가 남긴 온기
봉하마을 들녘을 함께 걷던 새벽, 노무현이 “길을 잃는 것도 길을 만드는 과정”이라 말했다는 대목이 인상 깊다.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도 “판단은 느려도 양심은 서둘러야 한다”는 문장은 짧지만 오래 울린다. 화려한 수사를 피한 문장들은 당대의 체온을 눌러 담아 독자에게 손난로처럼 건네진다. 또 한 장면에서는 유세가 끝난 뒤 허름한 국밥집에서 둘이 나눈 침묵이 묘사되는데,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품은 침묵이 어떻게 신뢰를 쌓는지 보여 준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기억”이란 결국 작은 호흡들의 총합임을 깨닫게 한다.
운명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조용한 수업

정치적 색깔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배신, 기대와 상실이 먼저 다가온다. 작가는 존경했던 리더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적어, 독자가 특정 인물을 우상화하거나 폄하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각자의 삶에서도 ‘운명’이란 이름의 변수는 끊임없이 등장하며, 그것을 다루는 태도가 인생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또한 애도의 방식이란 거창한 추모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스스로를 더 책임 있게 살아내는 과정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이 책은 특정 정치인을 기리는 추모문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운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요?”라고 묻는 거울이다. 친근한 말투와 일상적 장면 덕분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도 편안히 읽을 수 있고, 이미 알고 있던 사건조차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블로그 독자들에게는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 애쓴 기록”으로 소개하고 싶다. 읽고 나면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그리고 자신을 더 책임 있게 살아내는 일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자연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저자 유시민
출판 생각의길
발매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