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 우주생존과 우정이 빚은 하드SF 걸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처음 만나는 분들께 반갑게 인사드립니다. 『마션』 이후 다시 돌아온 앤디 위어가 2021년 선보인 이 장편 SF는, 태양빛을 갉아먹는 미지의 생명체와 싸우기 위해 우주로 홀로 떠난 한 과학자의 여정을 다룹니다. 저자는 실제 논문을 방불케 하는 과학적 설정을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엮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든 흡인력을 보여 줍니다. 위어 특유의 “될 법한 과학”과 “살아 있는 캐릭터”가 만나,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도, 인간 드라마를 찾는 독자도 모두 만족할 만한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우주에서 깨어남

라이얼랜드 그레이스는 낯선 선실에서 눈을 뜨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합니다. 의료 장비와 실험기기, 그리고 옆 침대의 시신 두 구만이 그를 맞이하죠.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퍼즐처럼 전개되면서, 독자는 주인공의 당혹감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됩니다. 특히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살아남았나”라는 질문이 과학적 단서를 하나씩 맞추며 풀릴 때, 미스터리 스릴러와 하드 SF의 재미가 동시에 폭발합니다.
계산으로 뚫는 우주 생존술

위어는 공식을 이야기의 리듬으로 삼습니다.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밀도, 회전 인공중력의 각속도, 스핀 업과 다운 시간을 소설의 긴장 포인트로 활용하며, 라이얼랜드가 화이트보드에 숫자를 적어 가며 풀어내는 장면들은 독자에게 “문제 해결의 쾌감”을 선물합니다. 실패한 실험을 곧바로 수정하고 재시도하는 공학적 태도가 반복될수록, ‘인류 최후의 임무’가 책상 위 계산으로 한 뼘씩 전진하는 느낌이 듭니다.
전혀 다른 별에서 온 단짝
극적인 전환점은 외계 생명체 ‘록키’의 등장입니다. 다섯 개의 금속성 다리로 움직이고, 음향 공명을 언어로 쓰는 에리디안은 외형도 언어도 생태도 인간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라이얼랜드와 록키는 수학·음악·화학을 공통 언어로 삼아 서서히 친구가 됩니다. 서로의 우주선 설계를 비교하고, 병목 자원을 교환하며, “너 없인 못 살아”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는 순간, 독자는 낯선 존재와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낙관을 체감합니다.
둘 다 살리는 선택지 찾기

작품이 던지는 큰 질문은 “인류를 먼저 구할 것인가, 눈앞의 친구를 구할 것인가”입니다. 라이얼랜드는 규정된 임무와 새로 생긴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한 쪽을 희생시키지 않는 제3의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이는 협력과 창의성이 위기에서 얼마나 강력한 해법이 되는지 보여 주며, ‘영웅의 귀환’보다 ‘함께 살아남기’가 더 값지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로 돌아가고 싶은 곳,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무엇인지 재정의합니다.
오래 남는 순간과 한 줄들
- 무중력 실험실에서 임시 장비를 조립해 분광 데이터를 뽑아내는 장면은 과학 추리의 짜릿함을 극대화합니다.
- 록키가 들려주는 에리디안 음악 ‘정오의 공명’에 라이얼랜드가 화음을 얹으며 둘이 웃는 장면은, 언어가 달라도 감정은 겹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 지구행 귀환선 대신 에리드별로 향하는 결심은 “집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주제를 조용히 강조합니다. 이 선택이 주는 여운은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어집니다.

우리는 팬데믹과 기후위기 이후, 거대한 문제 앞에서 협력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라는 극한 무대에서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적 연대가 어떻게 서로를 완성하는지 보여 주며, “지식 공유와 신뢰”가 생존의 핵심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일깨웁니다. 별빛 사이를 건너는 두 존재의 듀엣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 만든 이야기 속에서 의외로 가장 크게 울리는 것은 인간적인 온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저자 앤디 위어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발매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