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 평범함 속의 위대함을 그린 존 윌리엄스의 걸작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세월이 흘러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처음 출간된 1965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세기 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숨겨진 걸작’으로 재조명되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 이유는, 평범한 한 인간의 인생 속에서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존 윌리엄스는 문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과 의미를 정교하게 탐구한 작가로, 『스토너』를 비롯해 『어거스터스』, 『뷰처』 등으로 현대 문학사에 깊은 자취를 남겼다.
조용한 인생의 초상

『스토너』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미주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하며 처음으로 문학을 접한다. 그는 처음엔 농학을 전공하지만, 셰익스피어 강의에서 느낀 충격적인 깨달음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문학이란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는 교수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그 선택 이후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사랑은 불행으로, 결혼은 침묵으로, 직업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스토너의 삶은 겉보기엔 실패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문학이 준 한 줄기 빛
스토너에게 문학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의미 그 자체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며, 그 안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진실을 마주한다. 세상은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지만,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문학이야말로 그에게 세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스토너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라는 문장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스토너의 고요한 존엄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의 빛과 그림자

스토너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아내 에디스와의 관계는 오해와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멀어졌다. 그러나 그는 한때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다. 동료 교직원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짧은 연애는 스토너에게 삶의 봄날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도 결국 세상의 벽 앞에서 무너진다. 스토너는 다시 홀로 남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느꼈던 사랑은 그가 평생 간직하는 위안이 된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의 의미는 그 지속에 있는가, 아니면 그 순간의 진실에 있는가?’
실패로 보이는 삶의 품격
스토너의 인생을 겉으로만 본다면, 그는 실패한 인물이다. 명예도, 부도, 성공도 없었다. 그러나 작가는 조용히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실히 살았다’고. 스토너는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삶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스토너』는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넘어, ‘존엄하게 사는 것’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죽음 앞의 평온

소설의 마지막에서 스토너는 병상에 누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는 놀랍게도 평온하다. 모든 상처와 후회를 지나, 그는 자신의 삶이 의미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책을 손에 쥔 채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은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고요한 완성의 순간으로 그려진다. 삶의 끝에서조차 스토너는 자신이 사랑한 문학과 함께 있었다.
평범함 속의 위대함
『스토너』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비춰보게 만든다. 누구나 스토너처럼 묵묵히 견디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놓지 않는 태도, 그것이 이 작품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다. 존 윌리엄스는 말없이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존엄함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스토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스토너
저자 존 윌리엄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발매 2015.01.02